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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21_백범일지

by 또NEW 2015. 1. 10.

 


백범일지(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저자
김구 지음
출판사
돌베개(주) | 2007-0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MBC ! 느낌표 선정도서 『백범일지』는 1947년 국사원에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백범일지>를 처음 읽었다. 한국사를 배우면서 근현대사를 아우르려면 백범 김구를 알아야만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백범일지>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상권, 하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백범일지의 상권은 주로 인간 김창수에 대해 알 수 있다면, 하권은 백범 김구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근현대사 교과서를 옆에 끼고, 익숙한 사람 이름과 거기서 거기 같은 단체 이름들을 찾아서 비교하면서 낯설어서 가까이 하기 힘든 그 느낌을 지워냈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라는 책을 보면, <백범일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 지나치고 말 내용인데, 이 책의 저자는 꼼꼼하게 들여다보다 특이점을 발견했다.

백범 김구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백범일지』(白凡)의 한자표기를 보고 왜 일지’(日誌)라고 쓰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백범일지>를 들었을 때 이 단락이 생각이 났는데, 내가 읽은 돌베개의 <백범일지>의 표지엔 한자가 함께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그게 무슨 내용이었더라? 일반적인 '일지'가 아니었지 하고 그 내용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어이 책을 다시 뒤적였다. 저자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백범김구기념관에 연락을 넣어 물어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백범김구기념관입니다. :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귀하께서 적으신 대로 고결하고 높은 뜻 또는 숨겨진 뜻이라고 나옵니다. 귀하의 의견처럼 백범일지를 설명할 때 이러한 풀이를 사용하기가 다소 어색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는 백범일지라고 명명하고 직접 제호도 쓰셨지만, ‘일지를 어떤 뜻으로 썼다고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백범일지』를 처음으로 출간하시면서 쓰신 출간사에 범인의 자서전이라는 표현과, 상권을 집필하며 집필 목적을 밝히신 , 신 두 아들에게라는 글에 있는 너희가 성장하여 아비의 일생 경력을 알 곳이 없기 때문에 이 일지를 쓰는 것이다.’ 하고 밝히신 내용을 토대로 우리 관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또는 자서전의 개념으로 라고 표현하셨다고 보고 있습니다. ‘ 기억함, 적음, 기록함이란 뜻도 지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날그날의 업무를 적는 일지의 한자 표현을 日誌혹은 日志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예입니다.

 

어쨌든 자서전이란 의미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유명한 치하포 나루터 사건을 직접 읽으면서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내게 김창수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신분 차별을 받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글공부를 했다. 한 번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던 그는 과거를 봤지만 낙방하게 되는데, 과거 시험을 보러 간 그는 온갖 비리가 잠재한 과거 관행을 보고 별 의미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과거를 보지 않는다. 이후 인내천 사상을 바탕으로 평등을 주창하는 동학에 심취하게 되고 접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애국심을 키우게 된 것 같다. 무엇이든 마음 먹은 일은 열정적으로 했던 김구는 좋은 사람들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많은 도움을 받고, 배우며 민족주의 애국지사로 성장한다. 뭔가 좋은 아우라를 내뿜는 사람들에겐 자석에 이끌리듯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그 힘든 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오직 '내 나라의 독립'만을 생각하며 일평생을 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제의 식민 통치가 지속되면서 독립을 위해 뜻을 펼쳤던 수많은 지식인들이 돌아섰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큰 생각없이 반역자라고, 일제에 붙어 먹었다고, 친일파라고 손가락질 하고 쉽게 욕하지만,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면 목숨을 내 놓고 언제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독립'이라는 것을 위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면 100% 확신할 수 없다. 누구도 그 상황에 처하지 않고는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개를 지켜낸 인물들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역사책 귀퉁이에 새겨진 외워야 하는 수많은 이름 중에 하나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해냈고, 어떻게 역사책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원했던 방식대로, 흘러가야 했던 대로 광복을 이룬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일본의 항복으로 광복을 맞게 되어 또 한 번 역사의 비극을 맞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가련한 운명을 앞에 두고도 백범 김구 선생은 긍정했다. 책 마지막에 있는 '나의 소원'은 다시 가슴을 적신다. 그가 원했던 나라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을까? 그는 부강한 나라를 원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로부터 온전히 독립된 내 나라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며 문화적으로 우수한 나라가 되길 바랐다.

광복 70년을 맞았다. 최근엔 종종 내 나라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이 나라에 만연한 파시즘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어정쩡하고, 민족의 통일도 소원해 보이고, 우리 개인의 자유는 다른 차원에 가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양치기가 모는 데로 몰려다닐 수 밖에 없는 양의 운명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누려야 할 자유를 얼만큼 누리고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니 새로운 물음이 생겼다. 그럼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오래 고민해야 할 어려운 숙제를 하나 떠 안게 되어 새해 벽두부터 마음이 무겁다. 왜 백범 선생이 그렇게 올바른 교육을 중요시 했는지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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