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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26_ 조선 왕을 말하다

by 또NEW 2015. 2. 7.

 


조선 왕을 말하다

저자
이덕일 지음
출판사
역사의아침 | 2010-08-3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조선 최고의 왕과 최악의 왕은 누구인가?"역사학자 이덕일, 조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역사 책의 경우엔 특히 책 선택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바른 사관을 가진 역사학자의 책을 읽어야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 제일 앞에 나오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E.H.카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에는 주관적인 사관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른 역사관을 가진 역사학자의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면,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교과서에도 버젓이 실려 있는 식민사관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사학자 이덕일 박사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1부. 악역을 자처하는 임금들 - 태종과 세조

2부. 신하들에게 쫒겨난 임금들 - 연산군과 광해군

3부. 전란을 겪은 임금들 - 선조와 인조

4부. 절반만 성공한 임금들 - 성종과 영조

 

조선의 역사는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식민지 역사를 겪었던 탓에 우리 역사는 왜곡이 많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한 문제 인식 자체를 못하고 살았다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적어도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이 정도 문제 의식을 갖고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역사관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것 아닌가 생각을 해봤는데, 기본 교양과 상식조차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건 국가적인 낭비이고, 개인으로서도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냥 의미없이 버리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국가를 상대로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가장 빛나야 할 시간을 빼앗긴 데 대한 소송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왜곡으로 얼룩진 조선의 역사를 왕을 중심으로 재조명해 본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일단 비틀즈 코드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구성이다. 물론 표면상 비슷해 보이는 처지이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는 걸 알고 나면 더 재미있다. 정치와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큰 스캔들이 있는 연산군이나 광해군이 익숙하고, 숙종은 장희빈 남편, 경종은 장희빈 아들일 뿐 큰 의미가 없었다. 외교적으로도 사대하지 않았고, 바른 정치, 백성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려다가 결국 기득권 사대부들에게 정치적으로 제거 당했던 강력한 군주의 이미지인 광해군 정도를 좋아하는 왕이라고 꼽았을 정도의 지식도 아닌 얄팍한 느낌만 갖고 살고 있었는데 참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태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 <용의 눈물>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유동근 아저씨가 분했던 태종 이방원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그 당시엔 자신에게 딴지 걸면 다 죽여버리는 폭군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이제야 드라마 '용의 눈물'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 것은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 눈물에 관한 부분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같은 악역의 임금이지만 태종은 나라를 위한, 다음 왕을 이을 아들을 위한 자신의 희생이라는 측면이 컸다면, 세조는 태종의 눈물겨운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진짜 역사의 악역이었던 것.  

사료는 후대에 기록되는 것이기에 '승리자의 기록'이 되는 것이고, 나쁜 짓이라도 정당성을 찾아 자신들을 예쁘게 포장해 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하들에게 쫒겨난 임금들 편을 읽을 때는 특히 가려 읽을 필요가 있다. 연산군은 왕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왕이 되었기에, 광해군은 너무 잘 준비된 왕이었기에 비극을 맞았다.

전란을 겪은 선조와 인조 부분을 읽으면서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따위 애초에 DNA에 새겨지지 않았던 것인가를 역사 속에서 확인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식민사관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러면 안 되는데... 화가 나는 걸 어째...!!!!

성종의 성군의 이미지는 과연 옳은 것인지, 영조의 탕평은 탕평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왜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인지, 왜 말 같지도 않은 영조의 정치에 탕평정치라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인지 생각해보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이미지라는 것, 고정관념이라는 것,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지 역사를 읽으면서 깨닫는다. 사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건의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드러나니까 역사도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2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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