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오만한 젊음의 날들

28_벨 아미

by 또NEW 2015. 3. 1.

 


벨 아미(특별 보급판)

저자
기 드 모파상 지음
출판사
더클래식 | 2013-11-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여성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옴므파탈 벨 아미 이야기 인간의 타락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강신주 박사의 <감정수업>에 따르면 야심은 타인이 나에게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 감정이다. 이 야심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을 <벨 아미>를 꼽고 있다.

 

'아름다운 애인'이라는 뜻의 '벨 아미'라는 별명을 가진 조르주 뒤루아는 시골 출신의 보잘 것 없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자로 평범하게 하루 하루 살고 있었지만 우연히 길에서 과거에 군대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 포레스티에를 만나게 되고 이 우연한 만남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포레스티에의 충고대로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나서야 자신이 꽤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첫 기사를 써보고 나서야 지금은 썩 잘 하지는 못하지만 곧 잘 할 수 있을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상류 사회의 인사들과 안면을 트게 되면서 그들의 속성을 파악하게 되었고 자신도 그들처럼, 혹은 그들보다 더 멋들어진 상류층 인사가 될 수 있겠다고 야심을 품게 된다. 드 마렐 부인을 유혹하여 정부로 삼고 나서는 자신이 여성을 유혹하는 데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지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기회 또한 친구 포레스티에가 극적으로 죽으면서 차지하게 된다. 그에게 가장 운명적인 사람은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던 수많은 여성들이 아니라 포레스티에였던 셈이다.

 

문득 내 속의 알 수 없는 잠재력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누군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전혀 모르고 지냈던 어떤 잠재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에 인간의 사회성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새롭고 낯선 기회를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미스테리 영역 속의 나를 만나는 과정이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동경했던 포레스티에의 부인을 차지하고 나서 뒤루아는 황홀감과 동시에 그저 자신은 제2의 포레스티에일 뿐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질투심에 휩싸인다. 포레스티에의 빈자리에 자신을 놓아 두고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으려고 했던 마들렌을 보며 그의 사랑과 질투심은 차갑게 식었고 모든 여자는 창녀이니 도구로서 이용만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성공에 대한 야심의 화신이 되어 여자들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 사장 왈테르의 부인을 꼬셔보기도 하고, 흥미가 없어지자 엄청난 벼락부자가 되어버린 왈테르의 딸과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부인 마들렌의 간통 현장을 잡아 폭로한다.

 

고작 며칠 전 우리나라 역사속으로 사라진 간통죄가 모파상 시대의 그것이다. 불륜이 만연한 그 시대에도 간통죄는 영향력있는 사회 인사의 제거처럼 정치적인 용도로나 사용될 뿐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뒤루아와 함께 현장을 급습했던 경위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간통죄의 유무에 대해 큰 관심도 없어 그것이 옳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지만, 형법이 아니라 민법으로 가는 게 자본주의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 간통 관련 민사 소송이 엄청나게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의 전형은 결국 아무리 나쁜 짓을 해서 성공을 해도 결말은 권성징악이라 이 나쁜 놈들이 추락하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일텐데, 이런 귀결에 익숙한 나로서는 소설의 마지막까지 행복한 모습으로 승승장구하는 벨 아미의 결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도 시기와 질투로 방해하는 악당들이 매번 괴롭히는데, 벨 아미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초기의 상황을 벗어나자 끝까지 상승곡선만 그리다가 끝이 나는 희안한 이야기다. 읽는 사람은 뒤루아의 거미줄 연애 놀음이 발각되어 언제 추락을 할까 마음을 졸이면서 읽는데 정작 뒤루아는 거침없이 승승장구한다. 당시 시대상을 잘 그려낸 훌륭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목걸이>의 허무한 반전만도 못한 이야기 아닌가.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고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재밌는 연애 이야기인데도 이 책을 10일이 넘게 쥐고 읽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벨 아미 같은 소설이 읽기 힘들어진 내 상황이 참 각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연애를 너무 오래 쉬었다고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소설을 좀 읽어보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