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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31_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by 또NEW 2015. 3. 21.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저자
최재천 지음
출판사
샘터(샘터사) | 2014-12-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아우름’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인문학 서가엔 "나는 우월한 인문학이야"라고 대 놓고 말하는 것 같은 제목의 책들이 참 많다는 걸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가 비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책 사이에 아주 얇고 제목이 예쁜 책을 발견해 꺼내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노골적인 것을 굉장히 불편해 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기보다는 확실히 문학적인 쪽에 가까운 사람인 것이다. 어쨌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제목이 참 좋다고 생각을 하고 봤더니 최재천 선생님의 책이다. 더 생각할 것 없이 읽으면 좋은 책일거라고 믿었다. 봄 기운이 몽우리 맺은 주말 오후, 미세먼지를 피해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봄 햇살을 맞으며 읽기에 무겁지 않고 심지어 재미있었다.

인문학 카테고리에 들어있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고, 과학책 같기도 한 최재천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통섭'의 책이다. 그래서 인문학 코너에 자리잡을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애매하긴 하다.

 

다음 세대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인 것 같다. 많이 방황하고 공부하고 즐거운 일을 하길 바란다는 게 큰 주제이다. 특히 생물학, 동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시골 촌놈이 어떻게 생물학자가 되었는지 비범한 생물학자의 이야기에는 조금 주눅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은 누가 들어도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게 될 이야기들이다.

 

서문을 읽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속의 익숙한 유전자 이야기부터 시작해 제인 구달 박사의 침팬지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물학 이야기가 나오는데 의외로 과학 이야기가 사회적인 이야기들과 잘 버무려져 이 얇은 책을 읽으면서 많은 다른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20세기는 감성적인 코드가 통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식 경쟁의 시대이기 때문에 글 안에 지식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 생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관찰을 하고, 분석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할 수 있어야 21세기가 요구하는 지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가에 대한 울림이 되는 메세지였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매일 느끼게 되는 요즘,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한다는 메세지가 크게 느껴졌다. 초미세먼지 주의보에 시달리며 언제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미세먼제를 피하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쓰면서 점점 더 환경은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똑똑한 종이었으나 스스로 파멸의 길을 선택했던 비극적인 역사로 남지 않기 위해서 '최적자'의 경쟁을 버리고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똑똑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에 관한 것도 시험을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수학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한다. 그러기 위해 다윈의 '적자 생존'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나름 이과생이었고, 과학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살고 있었지만 정작 과학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살아왔던 지난 30년은 모두 잘못된 교육 탓이라는 피해 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하다가 문득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지금껏 잘못 배운 게 무엇이고 왜 그랬어야 했는지를 막연하게 깨닫게 되었고 지금이라도 바른 길을 가야겠다며 그 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에도 조금 가까이 가보게 되었고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모조리 다 까먹어버렸지만 처음부터 다시 채워나가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이렇게 얘기치 않게 새로운 책을 읽게 되고 그 속에서 아는 이야기들, 조금 알게되어 익숙한 이름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과학을, 그리고 또 다른 미지의 영역들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학 능력의 계발이지 않을까. <1984>를 느린 속도로 다시 읽고 있는데, 우리는 자발적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의 연결 고리를 묶어 본다.

 

몇 번을 보고 또 보아도 제목이 참 좋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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