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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32_1984

by 또NEW 2015. 3. 23.

 


1984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웅진씽크빅 | 2009-10-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984>를 처음 읽은 건 약 10년 쯤 전이었는데, 놀랍게도 영문판 펭귄북이었다. 우리나라엔 펭귄북이 한 종류로 번역되어 나오지만, 영국에서 펭귄북은 영어 레벨별로 읽을 수 있도록 단어수에 따라 레벨이 나누어져 있었고, 내가 읽은 건 원문이 아닌 그런 레벨별 <1984>를 읽었던 것이다. 짧은 어학원 생활이었기에 북클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고 토론했던 책이었다. 당시 토론은 "Watching"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CCTV 같은 것이 현대판 빅브라더라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고, 당시 유행하고 있던 리얼리티쇼 '빅브라더'에 대한 이야기로 빠져 실컷 수다만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쨌든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라 꼭 한글 번역본을 읽어보리라 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니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는지 반성을 해야겠다.

 

최근 사회상을 지켜보면서 여러 번 이 책을 떠올렸다. 오직 순수하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상세하게 쓰여 있는데, '알면서도 모른다'는 이중사고, '언어를 줄여 생각을 줄인다'는 신어, 전쟁을 지속함으로써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 그것을 통해 권력을 정당화 하는 것,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교육을 통해 당의 사상을 주입 시키는 것, 성적욕망을 죄악시 하여 통제하는 것, 텔레스크린을 설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감시하는 것, 사상경찰을 누구도 모르게 심어두는 것 등 읽다보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거나 멀지 않는 과거에 있었던 방법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949년에 출간되어 1984년이 오기까지 일종의 예언서적 성격으로 읽히기도 했을 이 소설의 내용들이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통찰력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물론 개인적 취향인데 나는 이렇게 잘 짜여진 상상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이렇게 세 전체주의 국가로 지구는 나누어져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 시대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영국은 아메리카 대륙과 함께 오세아니아에 포함된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오세아니아는 빅브라더에 의해 통치되며, 그 아래 내부당, 외부당, 프롤로 나누어지는 계급 사회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내부당 소속이며, 끊임없이 역사를 고쳐 사람들의 기억조차 지배하는 일 중에 극히 일부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부분 부분 기억들에 의해 당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의심을 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탈을 감행한다. 그 계기가 되는 줄리아. 그래서 <감정수업>에서는 나약한 사람을 용사로 만드는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대담함' 편에서 이 소설을 다룬다. 그리고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정치적인 이야기에 빙빙 휘둘리지만 결국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몸과 마음을 다해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 애정이 기반이 된 사회에 사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안정으로 가는 길, 진화의 목표 아니겠는가. 계산되지 않은 사랑을 하겠다는 엄청난 각오를 해버렸다.

 

언어를 없애는 작업을 통해 편집된 신어로만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것이 사라지고, 단지 당에 의해 철저히 계획된 말로써만 표현할 수 있는 세계에 갇히게 된다는 가정이 무엇보다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평소 내가 신념으로 생각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되니 무척 공포스러웠다. 소중한 언어를 잃지 않기 위해 문학을 통해 언어를 많이 만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겨버렸다. 이미 사용되지 않고 사전에만 있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늘 사용하는 한정된 단어가 아닌 다양한 표현력을 기르는 것도 누군가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이 세상을 사는 한 방법처럼 느껴진다.

 

"Big Brother Is Watching You"

어디든 감시의 눈길이 있다. 굳이 텔레스크린처럼, 혹은 오늘날 CCTV, 블랙박스 같은 물리적인 감시 체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처럼 사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는 빅 브라더가 주변에 너무 많은 것 같이 느껴진다. 끝으로, 그 많은 감시의 눈 중에서 적어도 자기 스스로를 검열하는 내 안의 빅 브라더라도 끊임없이 제거하기 위해 투쟁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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