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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Happy Birthday to ME

by 또NEW 2015. 3. 28.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을 맞았다. 언제나처럼 생일은 내게 큰 이벤트가 아니다. 그렇지만 미역국을 챙겨 먹을 것이고, 자축의 의미로 뭔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들 중의 하루가 되고 말겠지만, '오늘 하루도 잘 살았네' 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마음을 다 잡고 잘 지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요며칠 슬럼프에 빠졌다. 은연중에 한 살 더 먹는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저 젊음을 실컷 방황하면서 느리게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의식까지 설득시키지는 못했던 것인가 싶다.

 

그래도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스스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엔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처지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건지 나를 끊임없이 돌보며 화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제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고, 세상을 한 발 멀리서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을 달래는 요령을 터득했으며, 가장 힘들게 했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을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책에선가 읽고, 메모해 뒀던 글이 있는데,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기 생각으로 살아갈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아무것도 얻지 않도록 하라."라는 두 문장을 나란히 써 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그 당시 나의 고민이었던 것 같은데 얼핏보면 모순되는 두 문장이 다르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수도 없이 울었고, 후회했고, 원망했고, 속수무책으로 우울했던 깜깜한 터널 속에 덩그라니 혼자 남겨져 살기 위해 책을 읽고, 살고 싶어서 생각을 해야했다.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은 이런 날들을 겪는 것이라면,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지금 겪어서, 그리고 잘 겪어내서 참 다행이다. 결국 모든 답은 제 안에 있다는 현인들의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이젠 마음속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찾은 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무엇이 정답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게, 진지하게, 치열하게 고민을 했고 '이게 답이군' 싶은 걸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난 내가 참 대견하다.

 

여전히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끝이 없어 보이던 터널 끝에서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어야 하겠지만, 이젠 무엇을 위해 살기보다는 나를 위해 살 것이고, 지금 발견한 그 빛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조금 느려도 상관은 없다.

성장의 기쁨을 느끼는 게 오랜만이라 즐겁다. 너, 일 년간 많이 컸구나, 생일 축하해.

 

 

그나저나 오늘은 뭘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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