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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37_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by 또NEW 2015. 4. 16.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6-03-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재즈카페를 경영하면서 짬짬이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하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오랜만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처녀작인데, 20대 초반에 읽은 후에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지금의 하루키의 소설은 물론 내공 쌓인 세계적인 소설가의 권위가 느껴지지만 나는 오래전 읽었던 초기작들을 좋아한다. 작년에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은 어쩐지 시시해져버려서 조금 실망스럽게 느껴졌지만 이 책은 다시 읽은 게 더 좋았다. 이게 내가 알던 하루키지 하는 안도감.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져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루키의 소설에서 무게감이 느껴져 장편소설엔 손이 가지 않았다. 이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조금 가벼운 느낌인라 그게 오히려 좋다.

 

주인공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도쿄의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며 실험실에서 동물들을 죽이곤 하는데 방학이라 고향에 돌아와 머문다. 주로 친구 쥐와 함께 제이의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손가락이 아홉개인 여자를 만나고, 라디오 인터뷰를 하고, 노래를 듣고, 과거의 세 명의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 며칠간의 이야기가 소설의 전부이다. 20대 평범한 대학생의 방학 이야기인데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는 이건 낯선 이야기였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럴듯한 이야기였고 그들의 사정이 웬만큼 이해가 되는거다. 이게 십 년의 시간이 주는 여유.

 

그의 소설에는 섹스 장면이 없고, 등장인물은 단 한 사람도 죽지 않는다.

쥐의 소설을 평가하면서 두 번이나 이 문장을 만나게 되는데, 이후의 하루키의 소설을 생각한다면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웃어버릴 수 밖에 없다.   

 

매번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입에 오르는 하루키의 인지도 만큼 그를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어찌됐든 하루키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져 만년필과 원고지를 사와서 쓰기 시작한 소설이 이 정도라니 타고난 재능인건가 싶어 주눅이 든다. 멋진 작가다.

 

"아무튼 고마워, 정확하게 말하면 굉장히 기뻐"라는 말이 참 예뻐서 나도 써먹어야겠다며 마음속에 품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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