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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39_고민하는 힘

by 또NEW 2015. 4. 26.

 


고민하는 힘

저자
강상중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09-03-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불안과 고민의 시대, 일본 100만 독자를 일으켜 세운 책! 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의 상태에 이른다.'는 문제 의식을 공유했던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시대는 거친 격류처럼 흘러갑니다. 스스로 그 흐름에 올라타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어'라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 어떻게 이 시대의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지 화두를 던져 주는 책이다. 재일 한국인 2세로서 어려서부터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강상중 교수는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읽으며 방황의 시기를 이겨나갔다고 한다. 대학교에 다닐 때 어느 친구가 "베버와 소세키가 닮았어"라고 했던 낯선 말을 어느날 맞는 말이라고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제국주의의 시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살았던 일본과 독일의 두 지식인의 사유를 통해 20세기 말, 21세기 초기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고민을 자아, 돈, 지식, 청춘, 믿음, 일, 사랑, 죽음 등의 몇 가지 카테고리에 대입해 보는 재미있는 글이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으로 부터 시작되는 자아에 대한 고민. '우리'가 '나'가 된 것은 베버와 소세키가 살던 그 시기부터였나보다. 세계가 해체되고 자아가 과잉되면서 개인주의가 생겨났다. "자아의식은 결국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 모두가 공유하는 병이 될 것이다."라고 나쓰메 소세키가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의 예언대로 크든 작든 신경쇠약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자아의식을 잘 컨트롤 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지점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내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나를 들여다보며 나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이제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나의 포지션을 잡아가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강상중 교수는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는 말을 인용해 관계 속에서만 자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돈'이란 것을 소설의 주제로 쓰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한다. 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속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나쓰메 소세키는 여러 소설에서 '잔뜩 악취를 풍기는 속물의 재산가'를 그려냈다. 그리고 막스 베버는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말은 그 과정에서 '국가 내에 무수히 많은 벼락부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때의 신흥 부르주아들이 공고히 국가의 중심에 뿌리내렸다. 이제는 이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잘 벌고,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 배워서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인식의 나무 열매를 먹은 사람은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라고 막스 베버는 말했다고 한다.

아는 것인가? 하는 물음. 왜인가? 하는 물음. 가상의 세계인가 실재의 세계인가 하는 물음. 던져야 할 물음이 너무 많다. 인식의 열매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고민하는 힘이 필요하다.  

 

청춘의 착오와 같은 것을 되풀이하며 사는 것을 청춘적인 원숙함이라고 규정했는데, 그 말이 참 멋졌다. 그렇게 나이먹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볼 것.

 

믿음이란 자기를 믿는 다는 것이며 이는 자기가 교주가 된다는 것이다. 이 거창한 믿음이라는 것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인용하며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유를 동경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로부터 도망쳐 '절대적인 것'에 속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라고 얘기했다.

 

사회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 받기 위한 일.

 

그리고 사랑. 지금이 연애 전성시대라고 하며 역설적으로 오히려 사랑이 없는 게 아닌가 하며 충고했다.

"사랑에 대해 게으르지 마라. 사랑은 그때 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랑의 모습은 변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닙니다. 사랑이 식을 것을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 교양과목인 자연과학개론의 첫 수업에 출석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출석을 부른 다음 교수는 "나는 지금 자네들의 출석을 불렀네. 이제 수업에 나오지 않아도 되네. 1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생각하고 오도록"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물론 강상중 교수가 대학을 다닐 때는 꽤 오래전이다. 그런 낭만이 있었던 시대를 살았던 게 부러웠다. 이 독서 기록은 그 어느때보다도 두서없지만 고민 고민 고민. 고민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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