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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공자님도 해결 못한 멀고 먼 취업의 길

by 또NEW 2014. 7. 29.

헛웃음이 날 정도다, 이젠.

이렇게 하는 일 족족 안되기도 참 힘들텐데, 아침까진 억울해서 실컷 울다가 지금와서 일이 또 틀리니 이젠 웃음이 난다. 동수오빠가 가만 보고 있다가 막판에 늘 판을 엎어버리는 것만 같다.

뭔 동수오빠고 뭔 소리인가... 이게 한 발 뒷걸음 자리에서 보면 웃길 수 있겠다 싶은 너그러운 마음까지 들기도 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니까 웃을 수가 없다. 취업 이야기다.

 

서울에서 일을 찾자면, 벌써 괜찮은 자리를 찾았을 수도 있겠지만(어디까지나 가능성임ㅡ.ㅡ;;), 부산이나 울산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자니 만만치가 않다. 부산에서 일할 자리인데도 서울까지 가서 봤던 면접도 두 번이나 똑 떨어졌다. 그 중에 모 외국계 회사의 면접은 고작 육아휴직 대체자리였는데, 거의 한 시간가량 탈탈 털리고 똑 떨어져서 깊은 좌절감을 선사해주었다. 그게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대단한 자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난 그냥 일자리가 필요할 뿐이었는데, 기껏 면접 자리에 불러놓고 자기네들은 돈도 많이 못주고 어쩌고 하며 뒷걸음질 치는 건 또 뭔가. 그건 내 인상이 맘에 안든건가. 어디선가는 자기네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내 이력서 보고 전화해서 당장에라도 면접을 하러 오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니 몇 시간 있다가 미안하다며 사정이 생겼다고 면접 취소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이쯤 되니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문이라도 도는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오늘 이력서를 보낸 곳은 한 달짜리 짧게 배타는 일인데, 경력은 둘째치고, 배멀미 안하는 사람 우대라니 ㅋㅋㅋ 과거에 'seasick-proof nurse'라는 자랑스런 별명까지 가졌던 나로서는 이건 내 자리로군하, 안될 수가 없는거다라고 생각하고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보냈는데, 이 마저 일이 틀어졌다. 그 쪽에서 딱 원하는 조건이라며 전화가 왔음에도 결국 일이 틀어졌다. 난 뭔가 아쉬운데, 그 쪽에선 쏘쿨하게 그럼 담에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끝이 났다.

 

  

『논어』를 읽고 있다. 번번이 학이시습지 이후에 몇 장 못 넘어가고 실패했고, 논어는 공자님 말씀을 그 제자들이 엮은 책이라는 것과, 중학교 한자 수업때 배웠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 밖에 모르는 무식쟁이로 살았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어느 날 논어를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논어를 시작했다. 이번엔 이런저런 강의도 찾아 들어가며, 한자 원문도 노트에 써가며, 한자씩 사전으로 뜻음을 찾아 붙여가며 읽고 있다. 진도는 더디 나가고 있으나 논어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 한동안 만족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런 만족감도 어젯밤 취업문제로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은 이후로 물거품이 됐다. 눈물 콧물 찍어가며 논어를 읽다가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불환무위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라는 말을 마주치고는 뭔 개소리냐며, 뭘 얼마나 더 해야하냐며 욕짓거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논어 4장 리인편에 나오는 말인데 대충 '지위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뜻. 1장 학이편 끝에 이런 비슷한 말이 나올 때까지만해도 공자님도 힘드셨나보네 이러고 말았는데, 다시 마주치니 이 시대의 청년실업자는 뚜껑이 열렸다. 네, 공자님 당신도 평생 제대로 인정 못받고 뜻을 펼치지 못하셨으면서, 그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만한 사람이 늙으막에 취업 학원 하나 차리고 제자들 좀 생겼다고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좀 짜증나거 아시는지. 그리고 더 이상 양심에 찔려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엄마랑 싸우고 문 꽝 닫고 들어앉아 孝弟가 근본이라 가르치는 논어를 무슨 낯으로 읽는건지 죄책감이 들었다. 엄마 미안. ㅠ.ㅠ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학이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제자들에게 근본에 힘쓰라고 가르치면서 근본이 서면 길이 보인다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마주하고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에 힘쓰지 않고 조급해하기만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고, 무슨 일이든 앞으로는 기본과 핵심에 먼저 힘써야겠다는 다짐도 했으며, 그렇게 하면 저절로 길이 보일거라는 희망 같은 걸 갖기도 했다. 몇 번을 노트에 쓰고, 몇 번을 입으로 중얼거리며 익혔는데, 젠똥. 오늘은 모두 개소리로 들린다. 난 그냥 근본도 모르는 쌍놈이라는 내 정체성이 다 까발려진 기분이다. 배워 뭐하리!

 

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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