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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멀미의 거의 모든 것

by 또NEW 2014. 8. 1.

멀미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한 건 배에서 일을 한 경험 때문이다. Ship nurse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본 환자는 단연 멀미 환자였다. 제대로 멀미라는 항목에 대해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일반적인 사항에 더해 경험적인 것들이 추가된 정도라고 하겠다. 대개의 경우 오심, 구토를 주증상으로 하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갖가지 약을 처방했다. 일반적으로 멀미약이라고 불리는 약 이외에도 부작용으로서 진정작용이 있는 약을 대체하여 쓰기도 했고, 증상이 심한 경우 몇 가지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랐다. 소아의 경우, 임산부의 경우, 수유부의 경우, 노인의 경우, 유아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정신과약을 먹고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내가 탔던 배에는 주로 이태리의 약들이 많아 이태리어를 알지 못했던 나와 의사는 잦은 구글 검색과 이태리 승무원의 도움을 받는 등 무수한 추가적인 고생을 해야 했다. 아, 옛날이여 ㅋㅋㅋㅋ

컴퓨터를 뒤지다가 멀미에 관해 정리해 놓았던 당시 파일이 있어 정보를 썩히긴 아까우니까 한 번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OMG, 멀미에 관해서만 7장이다... 자세히 보면 꽤 흥미롭다.

 

 

멀미(motion sickness)

 

몸이 흔들릴 어지럼,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멀미라고 한다. 대개 몸의 움직임은 느끼지만 그것을 없는 경우, 전정기관은 움직임을 느낀다고 뇌로 전달하는데, 시각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여긴다. 이런 전정기관과 시각의 불일치로 인해 뇌에서는 환각을 느끼게 되고, 심하게는 독극물이 들어왔다고 결론 짓고 독극물을 배출시키기 위해 구토를 유발한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Wikipedia: When feeling motion but not seeing it (for example, in a ship with no windows), the inner ear transmits to the brain that it senses motion, but the eyes tell the brain that everything is still. As a result of the discordance, the brain will come to the conclusion that one of them is hallucinating and further conclude that the hallucination is due to poison ingestion. The brain responds by inducing vomiting, to clear the supposed toxin.) 그렇지만 멀미로 나타나는 반응은 맹인이나 시력이 정상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멀미가 시각보다는 전정신경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감각 정보는 대뇌 중추로 전달되고, 여기에서 정보는 평형기관이 과거에 겪은 경험과 비교된다. 몸을 움직이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평형기관을 통하여 들어오는 여러 감각이 과거 경험에서 예상되는 것과 다르다면 감각들이 통일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면서 멀미가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대뇌로 전달되는 신호는 이러한 충돌 신호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맞추어 나가 결국에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그러면 어지럼이 없어진다. 그래서 차멀미나 뱃멀미는 계속 타다 보면 없어진다.

멀미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날 있지만, 여자가 조금 많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어 50 이후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3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는 성인보다 멀미를 많이 하는 반면에 2 이하의 유아는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전정신경과 같은 평형에 관여하는 신경은 발로 서서 자유로이 걸어 다니면서 발달하는데 아직 전정신경 발달이 미숙한 2 이하의 유아는 공간을 지각 주로 시각 자극에 의지하기 때문에 자연히 시각-전정신경의 충돌이 별로 없다. 그래서 2 이전에는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멀미- 전정신경이 유발하는 불편함 (인간의 모든 감각, 2009.04.20, 서해문집))

(여담인데... 걸어다니지 못하는 아기들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래서 말못하고 울며 계속 토하는 애기들은 멀미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예민한 아기들은 배멀미를 하기도 하더라는.... 아, 그 날 모두 얼마나 힘들었던지...)

일반적인 구토와 달리, 멀미는 토하고 이후에도 오심 증상이 계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Unlike ordinary sickness, vomiting in motion sickness tends not to relieve the nausea)

 

 

 

멀미에 도움이 되는 일반적인 방법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창문 밖을 바라보거나, 수평선을 보는 이다. 이것은 시각적인 움직임을 뇌가 받아들이도록 해서 전정기관과 시각의 밸런스를 맞출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One common suggestion is to simply look out of the window of the moving vehicle and to gaze towards the horizon in the direction of travel. This helps to re-orient the inner sensd of balance by providing a visual reaffirmation of motion.)

저녁 혹은 선상의 창문 없는 캐빈에서는 눈을 감거나 잠을 청하는 도움이 된다. 시원한 공기를 쐬는 좋다. 이것은 시각과 내이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불일치를 해결한다. 특히 잠을 자는 것은 심리적인 예방효과가 있다.(In the night, or in a ship without windows, it is helpful to simply close one's eyes, or if possible, take a nap. This resolves the input conflict between the eyes and the inner ear. Napping also helps prevent psychogenic effects (i.e. the effect of sickness being magnified by thinking about it).)

 

일반적으로 멀미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음식은 생강인데, 생강차나 생강편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중에 파는 진저에일의 경우에는 실제 생강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는 제품들이 많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씹는 것은 감각 운동의 밸런스의 불일치에 집중된 감각을 분산시켜 멀미에 도움이 있다.

콜라에는 항구토제에 들어있는 Phosphoric acid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멀미에 도움이 있다. (심하게 멀미하지는 않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꼬마들에게 콜라를 먹으라고 했었다)

 

P6 accupressure point: 지압 통해 오심, 구토 증상을 줄이는 방법으로, 멀미 예방을 위해 지압점을 눌러주는 손목 밴드가 상품으로 나와있다.

 

 

 

 

멀미약에 관해서.

 

정답은? 멀미약에 관해서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시길. ㅋㅋ  

 

dimenhydrinate (디멘히드리네이트)

meclizine hydrochloride (meclozine)

 

 

주로 일반적인 멀미약의 경우 이 2가지 약물을 사용했다. 두 가지 다 성인 용량보다 적은 용량으로 어린이 버전이 나와 있었지만, 약전을 찾아보면 dimenhydrinate의 경우 2-12세까지 어린이들에게 용량을 조절하여 사용하는 용법이 있는 반면, meclizine의 경우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소아에게는 주로 dimenhydrinate을 사용했었다.

dimenhydrinate의 경우 진정작용이 meclizine보다 심한 것으로 생각되어 일을 해야하는 승무원들에게 처방할 때엔 meclizine을 썼다.

임산부에게 약물이 미치는 영향 (Pregnancy risk category)은 두 약물 모두 B군으로 이는 동물 연구에서는 위험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사람을 상대로 한 연구는 행해지지 않은 약물임을 뜻한다. 보통은 이렇게 설명하면 모성애로 그냥 멀미를 참으시는 쪽을 택하시더라. 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약물이 전달되는 측면에서도 그럴 수 있으나 아기에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고(exhibited "irritability," "colicky symptoms" and "drowsiness"), 이 경우에도 보통 그냥 참으시더라는. 위대한 어머니들. (이런 경우 지압밴드를 이용하시길 추천함)

개인적으로는 양쪽 다 효과는 좋았고(개인적으로 수면제 대용으로 애용했음ㅋㅋ), 조금 더 multiple하게 사용가능한 dimenhydrinate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

 

멀미약 복용의 핵심 포인트 대개 약효 발현 시간이 1시간 가량 된 시점 이후이기 때문에 적어도 출발 전 30분-1시간 전에는 복용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진정작용이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감기약을 복용했을 경우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함께 복용해도 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특정 약물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도 상담은 필수. 그리고 알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입마름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물 섭취를 권장한다.  

 

 

그리고 많은 논란을 낳고 멀미약계에서 거의 퇴출된 상품명 키미테로 더 잘 알려진 스코폴라민 패치. 난 멀미라는걸 겪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배를 탄 이후로 기차를 타면 멀미를 하게 되었다며...ㅡ.ㅡ;;) 스코폴라민 패치를 직접 사용해 본 경우는 없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멀미약 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것으로 봐서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배에서 일을 하면서 몇 번 얼마나 이 약이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경험했다. 전날까지 정정하시던 할머니가 아침에 갑자기 가족들을 기억 못하고, 갑자기 치매증상을 보이며 제대로 못 걷고, 한쪽 팔에 힘이 빠져 숟가락을 제대로 못들고 계속 떨어뜨리고,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고 가족들이 모시고 왔다. 선내 병원에서 할머니를 봤을 땐,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거의 왔다갔다 하고 있었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협조가 전혀 되지 않았다. 정말 누가봐도 뇌졸중 증상을 의심케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전날 할머니가 멀미약 패치를 붙였었다고 하는거였다. 의사와 함께 스코폴라민 패치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사지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으므로 최악의 경우 뇌졸중도 의심해야 했고 하선시켜야 했다.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송했고, 정밀검진 후 뇌졸중은 아니었고, 아마도 스코폴라민 패치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고 들었다. 가족들이 할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수도 있다고 꼭 여행을 계속 하게 해달라고 하던 말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결국 그 여행은 멀미약 부작용 때문에 이룰 수가 없었고, 우리 의료진은 조금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워낙 고령이어서 확인되지 않는 위험을 안고 여행을 계속하게 할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이 할머니와 가족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후에도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은 스코폴라민 패치를 사용한 탓이었다. 무서운 키미테.

 

멀미의 거의 모든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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