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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프린터 EPSON L355

by 또NEW 2015. 1. 8.

​얼마전까지 찌질하게 HP Deskjet1000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몇 년 전에 회사에서 출장용 프린터로 사용하던 모델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싸기도 하고 해서 샀던 건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잉크값이 너무 부담이 컸다. 그 때 한참 주식을 배운다고 알지도 못하는 차트를 프린트 해대며 칼라풀 쓰레기를 대량 생산했던 때인데, 정품 잉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한잉크의 유혹에 빠져 그 때부터 이 놈의 프린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한 동안은 그럭저럭 사용했지만, 용지가 매일 끼면서 뭔가 말썽을 부려서 프린터의 내부를 다 외울 정도로 열어보고 뜯어보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겉보기만은 새 것 같이 멀쩡해서 차마 내다 버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몇 년을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프린터를 돌리지 못한 채 방치했고, 이번에 프린터를 써볼까 하고 새로 정품 잉크를 사서는 호기롭게 프린터를 가동했는데 먹통이었다. 카트리지 인식 불량.

아마도 무한잉크를 사용한 탓에 헤드가 망가졌을 것이라고 짐작이 되었으나, 흑백, 칼라 잉크 두 알 가격이 장난이냐고~!!!!!

프린터를 싸들고 집 근처 컴퓨터 수리점에 가져가서는 막무가내로 새로 산 잉크는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물론 아저씨는 프린터 따위 쳐다 보지도 않으시고, 몇 년간 안 썼으면 못 쓰는 거라고 버리고 새로 사라고 했지만, 새 잉크를 샀다고 엉엉 거리는 날 불쌍히 여기시어 결국 프린터를 봐 주셨다. 프린터는 제대로 작동은 하는데 카트리지 인식 불량이니까 잉크를 교환하라고 하심.... 그냥 ON/OFF 만 체크 하셨지 속까지 제대로 봐 준 건 아니었다는 걸 컴맹인 내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집에 와서 잉크를 샀던 곳에 연락을 해 수리점에서 프린터가 문제가 없으니 잉크를 교환하라고 했다며 당당하게 잉크를 교환 받았다. 새 잉크를 받아서는.... 얘를 팔아버리고 나는 새 프린터를 사기로 마음을 먹는다.

물론, 귀차니즘에 새 잉크는 유일한 동네 친구의 품으로 갈 예정.

 

 

어쨌든 HP 프린터와의 길고 긴 감정 싸움 끝에 나는 이번엔 가장 좋은 놈으로 사 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아예 무한 잉크를 정품으로 장착하고 나온 놈을 발견했다. 보는 순간 이거야!를 외치게 만든 엡손 무한 잉크 프린터~!!!

몇 만원 싼 L210 모델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가 가장 좋은 놈을 갖겠다던 애초의 결심을 떠올리고 와이파이 지원이 되는 L355 모델을 구입했다. 물론 이게 객관적으로 가장 좋은 놈이라 할 순 없지만, 내 기준에 가장 마음에 드는 놈이었다.

드디어 배달. 짜잔.

 

새 것이라는 기쁨 이면에 기계치인 내게 새로운 기계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 한참을 엄두가 나지 않아 박스를 열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문득 나의 상황을 깨달았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슬픈 현실.... 혼자서 낑낑대며 포장 박스를 뜯고, 요로케 밀봉된 꼬마 잉크들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설명서를 방바닥에 펼쳐 놓고 1번부터 열심히 따라간 결과, 띠리리링~~~ 방에 있는 노트북으로 와이파이를 타고 거실의 프린터에 명령을 내려 테스트 용지를 프린터에서 뽑아내는 기쁨을 만끽했다.

혹여나 쏟을까 부들부들 떨면서 잉크를 채우느라 손가락이 알록달록 물들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님? 하고 흐뭇해 하기도 잠깐. 데톨 핸드워시도, 클렌징 오일로도, 뜨거운 물에도, 아세톤에도, 알콜 패드로도 지워지지 않는 너는 뭐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방법인 귤껍질로도 씻어봐도 안 되고 ㅠ.ㅠ

이사용 박스 테이프로 찍어내는 방법으로 알록이 달록이들을 어느 정도 떼어 냈고, 검은색 잉크는 여전히 손에 남아 있다.

 

내가 무사히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이건 무척 쉬운 기계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나는 다시 칼라풀 쓰레기들을 마구 마구 양산하게 되었다. 푸른 지구를 지켜야 하니까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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