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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1_한비야의 중국견문록

by 또NEW 2014. 8. 12.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저자
한비야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1-08-2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밑줄,필기있음 / 331p. : 삽도 ; 23cm [목차] 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000권의 독서를 위한 시작을 어떤 책으로 해야할 지가 은근히 고민이 됐다. 뭔가 큰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만 같아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고른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은 지금, 언니가 필요했다. 과거에 운영하던 내 블로그의 프로필에는 항상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라는 이 책의 한 구절이 걸려 있었다.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그녀의 말을 신봉했고, 용감하게 길을 떠나보기도 했다. 똑똑하게 헤매지 못해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버렸지만, 그래서 항상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다. 커리어라고 하기 부끄러운 알록달록한 경력을 빼곡히 적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한 장씩 달랑 가지고 끝이 어딘지 모를 사막 한 가운데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 내게 이 책이 다시 한 번 필요했다. 날 부추겼던 이 언니의 진심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서.

 

중학교 때 단짝 친구가 가진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읽고 문화충격을 받은 이후로 한비야라는 사람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막연히 세계속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꿈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중학교 3년 내내 열심히 <굿모닝 팝스>를 들었다.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시엔 라디오가 좋았고, 유일한 놀이였으며, 영어가 재미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영어의 8할을 당시 오성식 아저씨가 가르쳐 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새벽 시간을 잃었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함께 잃었으며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꿈마저 잃었다. 요즘은 새삼 모든 것을 잃게 만든 고등학교 교육이 없었다면 난 어쩌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바르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 무소유의 심플라이프

2. 외국어 공부

3. 느긋함을 배우기

4. 한국에 대해 알기

5. 용기 있게 도전하며 살기

 

엄청나게 재미있는 언니의 폭풍 수다 속에서 내가 취한 다섯 가지의 의미는 불필요한 것으로 생활을 어지럽히지 말 것, 외국어 공부는 바짝 열심히 공부해두면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남는 장사라는 것, 한국에 대해서 먼저 잘 아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라는 것, 그리고 이 언니처럼 용감하게 도전하며 살고 싶다는 내 다짐. 여기까지가 언제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방점을 찍었던 것이며 오늘의 내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다가온 문장들이 있었으니 삶의 태도에 관한 몇 가지이다.

 

약으로 고칠 일이 아니예요. 우선 약이라고 생각하고 생각을 많이 드세요. 그러나 항상 긴장하고 산다면 어떤 약도 소용없어요. 뭐든 빨리빨리 하려 한다거나 너무 잘하려고 하는 생각을 버려서 더 이상 간을 졸이지 않는 것이 최고의 약입니다. (P.43)

 

  이제는 알겠다. 왜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사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면서 사는지를. 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과 무작정 싸우는 대신, 잘 사귀면서 재미있게 놀 줄 알기 때문이다. (P.47)

 

내게 필요한 것도 이런 충고였던 것이다.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었더라면 극단적으로 병원을 그만두고 나와 이러고 있진 않았을텐데... 나는 삶의 지혜가 필요했다. 문학이 부족한 삶을 살았다. 언제나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고, 이렇게 댓가를 치루며 인생을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앞으로 적어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살 거니까. 이 악물고 싸우면서 살지는 않을테니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인생의 우선순위도 바꿔보고 공감하는 힘도 키우는 거겠지. 이젠 충분히 배웠고, 만반의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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