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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3_철학의 시대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by 또NEW 2014. 8. 25.


철학의 시대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1-11-0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 시대 대표 인문학자 강신주의 본격 인문 저작! 강신주가 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논어>를 읽기 시작하면서 중국 고대사,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도올의 논어 강의도 유튜브로 찾아봤고 (재미있고 유익하긴 한데, 너무 설명이 장황하여 진도를 못나가는게 흠. 보다 지쳐 그만 둠), <논어>를 읽으며 함께 듣고 있는 길라잡이 팟캐스트 <식탁위의 논어>의 첫 도입부에서도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던 이 책을 꺼냈다. 사실 의도된 것이라기 보다는 안 보는 깨끗한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갖다 팔려고 꺼냈다가, 어라? 이거 강신주 박사님 책이었네, 라며 책장을 넘겼는데 이게 지금 이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름 운명적인 만남!!!  

믿고 보는 저자, 동양 철학이 전공이신 강신주 무려 철학박사님이 제자백가의 사상을 총망라하겠다고 12권의 책으로 기획한 제자백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1,2 권이 동시에 나오고 몇 년이 지났는데 그 이후의 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상담'을 들으며 강신주 박사님의 팬이 된 나에게는 다소 낯선, 엄청나게 친절한 화법의 책이다.

 

당시 계급의 의미에 관해서는 특히 <논어>를 볼 때 중요하다. 정확한 의미를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오해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民(민)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백성'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전쟁의 포로는 노예가 되었는데, 이 노예의 한쪽 눈을 찔러 상해를 입힌 노예 남자가 이 民의 개념이라고 한다. 눈을 찌른 이유는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만들어 전쟁은 못하고 생산하는 일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팟캐스트에서 들었다. 어쨌든 이후엔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농민, 즉 피지배층이 民. 이들은 刑으로 다스릴 사람들이다. 이 형벌은 가혹했다. 

人(인)이라는 것은 백성(百姓)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성씨를 가진 사람으로 씨족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지배층 일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논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人이라는 말은, 즉 지배계층을 일컫는 말이고, 이들은 공자님이 그리 강조하시는 禮로서 다스리는 것이다. 당시 족벌사회에서는 지배층은 다 형제, 친척들이었으므로 있으나 마나한 禮라는 것으로 자신들이 지키면 좋겠다고 생각한 규율 정도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잘못을 해도 그 벌이라는 것이 명예를 더럽히는 정도라는 것이다. 

천자-공-경대부-사-민 이런 계급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계급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논어>를 이해하는 큰 축의 하나를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책의 앞 장에는 당시의 지도가 나와 있고, 제후국들이 표시되어 있어 막연하기만 하던 춘추전국시대의 지리적 개념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신정국가였던 상나라(은나라)의 갑골, 그 이후로 세워진 주나라가 왜 사람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는지, 주나라가 세워지는 과정, 주역의 괘를 읽는 법 등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침이 오는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예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오고 재미도 없어서 졸다가 읽다가 졸기를 반복하며 결국 1/3 정도를 겨우 읽고 그만 뒀던 당시를 생각하면, 그 사이 내 관심의 영역이 제법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나의 믿음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사실 '역사'라는 것이 해석하는 자의 것이고, 100% 사실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기에 한 사람의 지식에 의존한다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원문을 해석해서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왕이면 친숙하고, 재밌고, 쉽고, 친절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 책의 제자백가에 대한 개략을 보면서 앞으로 나올 이 제자백가 시리즈를 몽땅 섭렵하고픈 생각이 불끈. 강신주 박사에 대한 팬심이 더 커졌다. 이 시리즈의 2편인 <관중과 공자>도 읽어야 하고, 엄청난 도전이 될 <철학 vs 철학>도 섭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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