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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너덜너덜해진 자존심

by 또NEW 2014. 9. 3.

우여곡절끝에 또다시 찾아온 면접의 기회. Job interview.

병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내게 계산기를 두들겨 월급을 보여준다.

이건 뭐지? 거기에 쓰여 있던 숫자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 태도가 기분이 나빴다. 표정관리가 안되어 어쩔 줄 몰라하며 앉아있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다시 한 번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한 그 사람은 10만원 정도 더 얹은 금액을 보여주며 "이러면 할래요?"

수산시장 경매 붙여진 물고기도 아니고, 사람 앞에 앉혀두고 뭐하는 짓인가... 정말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불려나가 앉아 있는 것도 짜증이 나고, 잘 보이겠다고 빼딱구두 신구 뛰어서 뒤꿈치가 다 까져버렸으면서도 웃고 앉아 있었던 내가 너무 비참했다.

 

돌아서 나와서 나는 곧장 유학원으로 향했다. "이민가게 해주세요ㅠ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들 것으로 판명된 유학원 상담에 또 한 번 멘탈은 너절해졌다. 돈도 없고, 영어도 안되고, 경력도 없고, .... 아! 나이도 많다. 너무 현실적인 설명으로 날 멘붕에 빠뜨렸던 유학원 직원은 종교가 무엇이든 교회에 나가라는 현실적인(?) 충고까지 서슴지 않으셨다. 교회에서 잘 만나면 시민권자를 만나 결혼하면 적어도 영주권 걱정때문에 허덕이지는 않는다며, 웃겠지만 실제로 많은 케이스가 이런 방법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했다.

 

유학원을 나서자 눈물이 맺했다. 난 도대체 뭘 하며 산건지...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는건지...

 

집에 가려고 하는데, 또 한 통의 면접 제의 전화를 받게 되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보자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관계자의 태도와는 달리 구인시장에서 나는 객관적으로 참 별볼일 없는 경력이었고, 그 경력마저도 대부분은 다 인정되지 않는다며 제안받은 급여는 또 한 번 나를 좌절시켰다. 1층 커피숍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데 환의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냥 싫었다. 순간, 난 간호사 일이 맞지 않는거구나 깨달았다. 갈 곳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달콤한 생크림이 가득 든 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달콤함이 주는 위로에 대해 생각했다.

 

 

집에 와서 펑펑 울다가 잠들었다.

이왕 이민을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으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빵과 케익을 굽고 싶다. 베이커리 쪽은 캐나다 이민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추운 걸 잘 못견디는 내게는 따뜻한 나라 호주나 뉴질랜드가 훨씬 끌렸다. 그런데 한국에서 관련 경력없는 파티셰로 이민은 스폰서쉽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다시 정보를 모아야 하고, 유학원을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무얼 하든 일단 아이엘츠 점수가 중요한 것이니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집 근처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점수를 만드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내년 이맘때쯤엔 대자연이 어울어진 지구 반대편에 있을 수 있을까.

나중에 어디든 이민에 성공한다면, 모든 걸 놓아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모 병원장에게 감사할 날이 오기도 하겠지. 아직도 너무 화가나서 악플러 알바단이라도 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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