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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6_돈키호테

by 또NEW 2014. 9. 19.

 


돈키호테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04-1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 판사를 통해 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일단 무려 731쪽이나 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을 보고 설마 저것이 내가 찾던 <돈키호테>일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으나 맙소사, 이 책이 스페인어 완역판 <돈키호테>가 맞았다. 어렸을 때 보았던 돈키호테 만화를 생각했던 내게는 일단 충격적인 첫 만남이었다. 실제로 만화로 봤던 내용도 그닥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철갑옷을 입고 삐쩍 마른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와 작고 뚱뚱한 아저씨가 함께 모험을 하는 이야기 정도? 오히려 생각하면 할 수록 손오공과 그 무리가 함께 다니는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쵸~"가 자꾸 떠오른다며. 내가 알던 돈키호테란 기억도 잘 안나는 모험만화 속의 캐릭터였다. 그런데 자꾸 체 게바라가 돈키호테에 비유되는거다. 그리고 자주 걸리적거리는 그 이름,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 죽었던 당대 최고의 작가라는데 그의 돈키호테가 한동안 계속 궁금했다. 돈키호테, 누구냐 넌?

 

돈키호테는 '옛날 옛날 행운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고, 불행은 그것을 구하는 사람에게만 오던 시절' (책 속에 이 구절이 너무 좋다. 우리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보다 얼마나 더 건전하고 낭만적인지!), 기사소설을 취미로 모으고 읽었던 라만차 마을의 보잘 것 없는 귀족이었다. 기사소설 오타쿠였던 그는 급기야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도 소설 속 편력기사가 되어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골동품인 조상님의 갑옷을 꺼내입고, 로시난테라고 이름 붙인 삐쩍 마른 말을 구해 타고, 산초라는 마을의 농사꾼을 꾀어 종자로 삼아 둘시네아 공주에게 영광을 바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그런데 갖은 환시, 환청 등의 환각을 겪으며 정신불열적인 모험을 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완벽한 논리로 무장했던 돈키호테가 내겐 그저 스키조 환자 보일 뿐이었다. 아직 600쪽 이상 더 읽어야 하는데... 나는 어쩌다 문학을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좌절하며 돈키호테가 왜 위대한지 찾기 위한 보물찾기를 하는 심정으로 독서에 임해야 했다. 뭐든 하나는 얻어걸리겠지 하는 심정이었지만 최근 강신주 박사님 책을 읽은 영향으로 나도 위대한 문학이 주는 보편성, 그 속에 흐르는 일관된 감정의 흐름을 찾고 싶었다.

 

1605년 <돈키호테>가 출간되었다. 세르반테스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감명 받아 종교의 자유, 남녀간 사랑의 자유, 세습제도의 폐지, 정의로운 재판 등을 꿈꾸었다고 하는데 돈키호테에도 그런 유토피아를 실현 시키고자한 노력이 보인다. 기독교인이 되고 싶어 아버지와 부를 버리고 떠난 무어인 소라이다의 모험이나, 돈페르난도, 도로테아, 카르데니오, 루신다의 뒤엉킨 사랑의 관계,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이야기들, 부를 세습하지 않고 세 아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미래를 책임지게 만드는 아버지, 주막에서 이발사의 나귀 안장과 세숫대야에 대한 일종의 재판을 행할 때에는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공평하게 묻는 모습 등을 통해 그가 꿈꾼 세상을 엿볼 수 있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큰 관심을 갖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얼마나 진보적인 내용이었으면 미치광이를 앞세운 풍자소설로 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랍인 역사학자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라는 사람이 남긴 글을 번역한 것이라는 등의 이중, 삼중 장치를 취해놓았을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21세기, 현재에도 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여전히 진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우리는 억압된 사회에서 살고 있고, 자유롭기 위해서는 미친 듯 살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란 말인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아는 것조차 어려워진 공장에서 찍어 만들어진 것 같은 삶 속에 갇혀버린 우리들에게 돈키호테가 주는 메세지는 남들이 미쳤다고 여기더라도 자신의 길을 떠나라는 것 아닐까. 풍차와 싸워도, 기껏 해방시켜 준 죄수들에게 흠씬 얻어 맞아도 그는 당당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를 아는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기 시작했고, 호의적으로 대했다. 

돈키호테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을 이젠 알게 되었다.

 

돈키호테적인 삶을 살았다고 평가받는 체 게바라.

돈키호테와 체 게바라는 그들이 꿈꾼 유토피아를 위해 행동했던 자신의 세계관에 갇힌 일종의 광인이었지만, 진정 사랑했고, 진정 자유로웠던 그들이 있어 내 세계관도 조금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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