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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5_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by 또NEW 2014. 9. 15.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저자
강신주, 지승호 지음
출판사
시대의창 | 2013-05-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모든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에 바치는 헌사이다. 나 역시 나의 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강신주'라는 키워드로 이어지는 책이다.

최고의 인터뷰어 중의 한 명인 지승호의 강신주 인터뷰라니... 두 사람의 조합이 궁금했지만, 책 표지가 여자들이 좋아해서 소장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컬러라고나 할까. 티파니 블루에 핑크라니... 몹시 자본주의스러운 컬러가 강신주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꺼려졌다.  

힘들 때, 그 어떤 이보다 큰 위로를 주는 강신주 박사님의 말과 글. 나는 일자리 검색을 하는데, 동생은 아파트를 사겠다며 검색을 하고 있는 데서 오는 슬픔. 가족들이 모이면 그들의 영혼없는 안부인사도 내겐 상처가 될 것임을 알기에 갑옷이 필요했다. 추석 연휴의 시작을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고 말해주어 단 몇 줄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강신주 박사님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여러 사람이 추천했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전자책. 현명한 선택.

인터뷰이다 보니 대화체라 이건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이민을 가야겠다고 완전히 마음을 굳힌 내게 낯선 나라에 가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보다 앞서는 것이 '이건 너무 비겁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과, '혼자 남을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선뜻 말도 못꺼내고, 본격적인 준비도 시작을 못하고 있으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모든 책의 구절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은 그 책을 완전히 읽지 못했기 때문이고, 자의적인 해석은 위험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도 이 책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민에 해답같은 구절을 붙잡아 엮을 수 밖에 없었던 남루함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의 그릇은 요만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요렇게 밖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불행한 사람들은 조금만 잘해줘도 돼요. 콧물날 때 손수건 하나만 줘도 사랑한다며 바로 호텔에 갈 수 있어요.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 거죠. 그 문턱이 너무 낮은 거예요. 그런 여자들 보면 불행하죠. 빨리 결혼하는 애들을 보면 집안이 대체로 안 좋아요. 집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다지 좋지가 않은 거죠. 사하라 사막에서 북극으로 옮겨간다는 느낌이랄까.(웃음) 일단 더우니까 추운 데로 가보자고 했다가 다시 추우니까 더운 데로 오는 거죠. 인생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온대는 못 찾아요.

 

이 구절 하나로 나의 비겁함이 간파되었고,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냐고. 추운 게 싫고, 외투 하나 없는데 추운 데서 얼어 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와 싸우며 버텨야 하는 거냐고 되묻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진짜'를 찾으며 사는 삶.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핵심인 것 같은데, 진짜 사랑, 진짜 자유, 진짜 감정, 진짜 경험 이런 진짜들을 추구하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단 머리로야 이해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꾸 '이게 진짜냐?'라고 묻기 시작했는데, 이제 새로 맞딱들인 벽이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는 거다. 나름 나를 잘 들여다보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짓이었나보다. 그리고 하나같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다 비겁한 것 처럼 느껴져서 선택 장애까지 이를 지경이다. 한 마디로 모르겠다.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이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검열이 들어오는 거거든요. 그러면 해야 돼요. 기준은 그거예요. 그래야 검열을 넘어설 수 있어요. 일종의 모험이죠. 일종의 모험 같은 것들이 자기를 깨어나게 하는 거니까.

 

 

   인생에 있어서 딱 한 번의 혁명이 필요한데, 그게 어른이 되는 거예요. 부모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버리는 이 과정은 굉장히 힘들어요. 한 번 어른이 되면 어른인 거예요. 자기 욕망을 갖추는 것이 어른이 되기 위한 기본이예요. 핵심은 내가 타자를 선택한다는 거죠. 생존하기 위해서라는 동물적 의미에서 어머니의 욕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있어야 내 삶이 더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타자의 욕망을 선택하는 거죠. 그럴 때 어른이 되는 거예요.

 

뭔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을 많이 해봐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행동으로 저질러 보고 반성은 그 뒤에 하는거다, 이런 말들이 도움이 됐다. 일단 해보는거다.

1억이 넘는 돈을 대출 받아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동생의 계획을 멀리서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세상에 살면서 몇 년을 꼬박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대출 받아 가격이 언제 하락할 지도 모르는 수도권 아파트를 사는 것과 얼마 안되는 모든 걸 다 갖고 실패할 수도 있는 이민을 떠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냐 하는 것을 따지면 오히려 내가 더 유리한 고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난 다 잃어봐야 지금 가진 많지 않은 돈과 몇 년의 시간이지만 그 사이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울 것이고, 현지에 살면서 영어라도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노력한다면 실패하고 돌아온다고 해도 어정쩡한 지금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하는 자신감만 있으면 되는 거다. 힘들게 정착하고 이민에 성공한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인문학, 철학에 관한 그의 견해, 저술한 책에 대한 명쾌한 정리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언제나 일관성이 있어 믿음이 가는 강신주 박사님의 책을 차례대로 한 번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면 든든한 무기 하나를 갖게 될 것 같아 도전해보려 한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언제나 착한 아이였다.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싫어했고, 한편으로 동경했으며, 그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못난 아이였다. 아마 지금도 여전히 강신주 같은 사람 앞에 서면 나는 가면을 쓰게 될 것 같다. 그의 저서를 차례대로 읽으며 배우고, 공부해서 비겁하지 않게 주인으로 사는 사람이 되어 가면을 벗고 당당하게 그의 앞에 서고 싶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방패가 아니라 무기같다. 나는 지금껏 비겁하게 도망치는 삶을 살았지만, 그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 삶을 부정하지 않고, 앞으로는 그 삶의 토대 위에 여행하는 삶,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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