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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2_체 게바라 평전

by 또NEW 2014. 8. 21.


체 게바라 평전

저자
장 코르미에 지음
출판사
실천문학사 | 2000-03-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세계적인 전기작가인 이 책의 저자 장 코르미에는 특히 체 게바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유기적인 독서를 통해 지식트리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한 권의 책을 읽고 내용적 연관성이 있다던가, 같은 작가의 책을 읽는 다던가, 책에서 언급되었던 또 다른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커지고, 삶의 질이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를 품었다. 첫 번째 책인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에서 언급됐던 이 책을 이어 읽기로 했다. 한비야의 책만큼 내가 좋아하는 책이니까.

 

여러번 읽었음에도 체 게바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잘 읽은 건 아니었다. 게릴라 전사였고, 의사였고, 천식 환자였으며, 독서를 끔찍히 사랑했던 사람이었다는 정도. 충격적일 정도로 한심한 건 이 사람이 왜 의사였다가 갑자기 게릴라 전사가 되었는지 여태껏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만큼 형편없이 사회 문제에, 정치 문제에,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내게 이 책은 열정적으로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이 사람처럼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정도의 자기계발서였던 것이다. 이래서 좋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도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 같다. 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과 "반복학습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것을 종교 교리처럼 신봉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연마된 다이아몬드 같다고 평가되기도 한 체 게바라에 대한 짧은 정리는 "체 게바라를 바라보는 시선" 포스트에 따로 정리를 했다. 요는, 의대생이던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남미 여행을 하면서 미국의 자본에 의한 신제국주의의 횡포를 눈으로 확인하고 남아메리카의 시민의 한 명으로서 대항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몸소 게릴라가 되어 싸운다. 당시 쿠바의 상황을 지식백과에서 살포시 따오자면, '1492년 콜롬버스가 쿠바에 도착한 이후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받아온 쿠바는 독립이후에도 독재정치가 계속되었다. 계속적인 미국의 투자와, 설탕산업, 관광산업, 도박산업에 힘입어 경제발전이 계속되었으나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정치적 부패가 지속되었다.' 이런 쿠바의 부패 독재정권인 바티스타 정권에 저항해 피델 카스트로가 주도한 무장 혁명이 체 게바라가 활약했던 그 쿠바 혁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이 혁명 이후 현재의 쿠바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피델 카스트로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가 항상 궁금했다. 네이버에 몇 자 두들기기만 하면 해결될 궁금증을 여지껏 끌어안고 살아온 이 미련함이란. 바티스타 정권 타도 이후 무려 49년간 공산주의 이념아래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를 통치했고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동생이자 쿠바 혁명의 동지, 라울 카스트로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퇴임했다. 근데 이 사람 뭔가 종교적인 신비감마저 있는 매력쟁이였다. 재임기간 중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만 해도 638건의 암살 기도가 있었으나 꿋꿋이 살아남았고 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카스트로 제거에 안달난 미국은 심지어 그의 상징같은 수염을 제거하려고 제모제로 쓰이는 독극물을 뿌리려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고, 미인계를 이용하여 침대에서 제거할 계획도 세웠는데 스파이가 그의 매력에 빠져버려 망쳤다나... 638건이면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져 암살 종결판이 될 것 같은 그의 자서전 <피델 카스트로, 마이 라이프>까지 읽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언젠가는.   

 

화려한 불꽃처럼 생을 살았던 체 게바라의 삶은 많은 교훈을 준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생을 읽으면서 새로 마음 속에 새긴 한 가지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신념을 고수하고 행동하는 것은 멋진 일이나 그것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은 조심해야하며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주입시키려 드는 것도 경계하자는 것이다. 쿠바혁명 이후의 체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상에 너무 도취되어 결국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해방시키겠다는 이상을 지녔던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였던 그를, 이미 부패할대로 부패한 지금의 전지구적인 자본주의를 개조할 수 있는 혁명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주의에 빠진 한 낱 자본주의 찌끄래기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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