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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

by 또NEW 2014. 11. 23.

 

 

 

 

뮤지컬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

 

엄마랑 뮤지컬을 함께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도 문화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큰 관심이 없었고, 친구가 보러가자고 할 때나 갔지 스스로 보고 싶은 공연을 찾아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랬으니 엄마랑 함께 공연을 볼 생각도 못했었고. 지인이 이벤트에 당첨된 공연표가 있는데 못 가게 되었다고 해서 우연히 기회가 생겼다. 엄마랑 공연을 한 번 보자 싶어서 모녀가 함께 부산으로 GoGo!

 

 

 

재밌는 컨셉의 뮤지컬이었다.

"공연을 위해 핸드폰 끄셨나요? 그럼 켜세요. 이 공연은 사진밖에 남는 게 없어요. 핸드폰 켜고, 마음껏 사진 찍으세요." 라고 하며 포즈를 취해주는 배우들.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 포즈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몰래 먹어야지 하고 숨겨온 음식이 있으세요? 에이, 맘껏 꺼내서 드세요. 혹시 먹을 게 없다? 걱정마세요. 이쪽으로 문자만 하세요. 원하면 배우들이 직접 서빙 해드립니다." 무대 세트에 메뉴판이 떡하니 붙어 있고, 맥주와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팔았다. 적혀 있는 핸드폰 번호로 원하는 메뉴와 좌석을 문자로 보내면 공연 중에 배우가 배달해 준다. 수익금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무료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맥주캔 하나로도 웃길 수 있는 극강의 코메디.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구성도 기발하고 재밌었고. 왜 사람들이 한 번 봤던 이 공연을 몇 번씩 또 보는지 알 것 같았다. 아, 또 보고 싶어~!!!  

 

엉덩이가 아플 지경이 되었을 무렵, 공연은 막바지로 향하며 스탠딩 공연이 이어졌다. 엄마가 먼저 벌떡 일어섰다. 엉덩이가 아팠다며 ㅋㅋㅋ 좁은 소극장 공연이 신기하다 하시며, 관객들이 전부 젊은 사람들이네 라고 말하시면서도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칼 싸움을 하면 자동으로 절전기능이 되는 중국 기술로 만든 야광봉을 켜고 ㅋㅋ 힘껏 즐길 준비 완료!! 간만에 신나게 뛰고, 신나게 소리지르고, 신나게 웃었다. 엄마가 이런 걸 좋아할까 했는데 엄마는 의외로 이 모든 게 몹시 익숙한 듯 보였고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즐기시는 것이었다. 이거, 뭐지...?

엄마는 공연장을 나와서야 고백하셨다. 매주 금요일 노래교실의 피날레와 비슷했다고.ㅋㅋㅋ 한 주의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고. 넌 스트레스가 좀 풀렸니? -.-;;

 

이런 건 남자친구랑 보러 왔어야 하는 거 아니냐, 친구들이랑 왔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시면서도 재밌었다고, 또 오자 하시는 엄마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진작에 같이 보러 갈 생각을 못했을까. 이제는 종종 이렇게 문화생활 해요.

이렇게 효녀 코스프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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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핸드백을 정리하다가 그제서야 입장권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우행시>,<우행순> 뭐 이런 영화 제목들과 섞여서 <언행순>이라는 조합을 떠올리는 것도 한참 걸릴 정도로 헷갈렸다. 아침에 엄마가 뮤지컬 제목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도 금방 떠오르지가 않아서 "...............그게 뭐가 엄청 긴 거 있어. 나중에 가서 봐." 이랬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까 제목이 참 좋다.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

이런 마음으로 살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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