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오만한 젊음의 날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

by 또NEW 2014. 11. 20.

올해 들어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핑계로 미뤄왔다. 특히 근현대사의 경우는 중, 고등학교 때에는 거의 뛰어 넘었기 때문에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물론 요즘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드라마를 보다가도 햇갈리기 일쑤지만 말이다. 나이듦의 비애를 이런 데서 가끔 느낀다며. 어느덧 정치에 관심이 생기고, 그 속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다 보니, 과거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나만 모르고 사는 그 속에서 당신들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오해들이 있었으며 겉으로 드러난 그 속에 어떤 진실이 있었는지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 끼어 들고 싶다는 의도는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좀 더 여유있고 재미있는 관람을 위해 역사를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이런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EBS의 <고급 한국사> 강의를 알게 되었고, 87강의 어마어마한 여정에 나도 첫 발을 딛었다. 강의 제목은 "접근금지"라는 말을 어렵게 써 붙인 것처럼 후지지만, 맙소사, 기대 이상의 훌륭한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두 권의 강의 판서 교재도 합쳐 봐야 2만원이 안 된다.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교양으로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굳이 교재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아, 물론 나는 갑자기 시험을 쳐야 할 이유가 생겼다.), 판서 내용이 깔끔하게 책으로 정리되어 있어 갖고 있다면 두루두루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특히 복습을 하기 위해선 빈칸이 뽕뽕 뚫린 교재가 필수!! 비록 교재 배송 때문에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불신이 싹텄고, 1주일이 지났는데 여전히 책은 한 권이 도착을 안 했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과 1강 역사는 왜 배우는가 강의를 봤다. 1강은 그냥 그런 개론 강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전! 가슴이 뛸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EBS 고급한국사 동영상 캡쳐: 죄송해요... 저작권... 이번 딱 한 장만 쓸게요...)

 

우리 역사의 큰 그림. 1강부터 87강까지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 것인지, 어떤 관점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를 배웠는데 이것만 듣고도 믿음이 팍팍 생겼다. 어디에서도 이런 식의 정리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접근법이 흥미로웠고, 공부의 관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대화와 꿈이라니. 역사 수업 시간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낭만적인 단어들 아니던가.

 

전근대는 과거人과 현재의 나와의 대화. 그 대화는 why라는 질문이 포인트. 과거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라. 그들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대화를 할 것.

근현대는 꿈에 포인트. 근현대는 개항기, 일제강점기, 현대로 나눌 수 있고 각각 시대의 꿈에 초점을 맞출 것. 개항기의 꿈은 신분제로부터 해방. 일제강점기의 꿈은 식민지로부터 해방. 현대의 꿈은 독재와 가난으로부터 해방.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했나.

 

역사를 공부하면 늘 우리의 작은 나라에 살면서 핍박받던 역사를 가진 내 나라의 역사가 아프고 화가 났는데 이런 fact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내 자식들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주겠다는 꿈을 갖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얄팍한 사심으로 공부를 해보겠다 마음 먹었던 내겐 큰 깨우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던져 주신 화두가 너무 예뻤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고민으로 EBS 강좌를 하게 되었다는 큰★별샘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