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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11_관중과 공자

by 또NEW 2014. 10. 13.

 


관중과 공자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1-11-0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죽고 죽이는 야만의 시대를 고민한 정치철학의 정수, 관중과 공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강신주의 제자백가 시리즈 2편. 관중과 공자.

1권 <철학의 시대>도 마찬가지이지만, 2권도 절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제목이다. 강신주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면 절대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 같은 제목. 다른 책이나 강연에서도 종종 공자가 과대평가 되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또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뭔가 혼란스럽다.

 

관중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그 관중. 제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이 사람, 흥미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한 때 그는 상인이었고, 실패했다. 관료가 되었다. 세 번이나 군주의 미움을 사서 쫒겨났다. 군인이 되었다. 세 번이나 전장에서 이탈한 낙오자가 되었다. 실패를 계속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계속 시도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실패를 할 수도 있었다는 것 아닐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매일 '지금'을 열심히 살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이러면서 이제 관중의 편이 되어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가로 우뚝 서게 된다.

 

<철학의 시대>에서 배웠듯이 당시엔 인(人)과 민(民)의 의미가 달랐다. 人은 지배계층, 民은 피지배계층이었다. 이 시대는 人을 위한 세상이었지, 民은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관중은 民의 가치를 알아보고 정치에 이용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휴머니스트는 아니었다. 民을 철저하게 이용하기 위해 그들에게 먼저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고단수 정치인이었던 것이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검은...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숱한 현실의 실패를 이겨내고 그가 얻은 것이 이런 테크닉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나는 과정까지 바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양의 탈을 쓴 늑대'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계속 내 머릿속엔 '삼성'의 방식이 떠올랐고, 관중의 사상적 대척점에 있었던 장자나 아나키즘에 급격한 관심이 생겼다. 여기서 혼란스러웠던 건, 내 편인 줄 알고 응원하던 관중이 내 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한 때 매료되었던 사람이기에 쉽사리 내칠 수 없었다는 것. 그렇지만 그의 '목민'의 개념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민중을 양떼처럼 생각했을 뿐이었다. 관중이라는 사람은 뼛속까지 정치인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내 스타일은 아니야, 라고 정리해야겠다.

 

<논어>를 절반쯤 열심히 읽다가 멈춰버린 상태인데, 공자는 '스승님'의 이미지로 내게 남아있었다. 우문현답을 내려주시는 스승님 같은 이미지. 제자의 수준에 맞춘 대답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자면 제자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컸을까 하며 '스승의 은혜'를 예찬할 정도였는데. 

이 책 속의 공자는 철저하게 귀족을 위한 정치를 하려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으로 삼았던 주나라의 예(禮)는 당시의 현실정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기에 찾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떠돌았고, 결국엔 정치적 이념을 철학 사상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불후했던 정치가였다. 우리가 도덕책에서 배웠던 공자의 인(仁)은 그저 '귀족적 고상함'일 뿐이었고, 그의 사상은 철저하게 지배층을 위한 보수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하는 말이 나온 것인가? 그렇지만 이 나라의 보수라는 사람들이 지배층의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했던 공자의 논리를 품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禮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철저하게 싫어했던 공자는 나름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 동안 좋은 말인 줄 알고 있었던 <논어> 속의 '극기복례(克己復禮)'라던가,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같은 말들도 강신주 박사의 논리에 처참히 무너졌다. 절반쯤 남은 논어는 이 책에서 본 공자의 이미지와 사고를 잊지 말고 대입을 해서 읽어봐야겠다. 정말 제대로 읽는 것은 어렵다. 지금껏 떠먹여 주던 밥만 먹고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서 혼자 밥숟가락을 뜰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연 언제쯤 그게 가능할까 하는 조바심이 든다. 어수선한 문장들이지만, 이렇게라도 한 번 정리를 하고 보니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한 편 정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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