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미생>을 추천받은 적이 많았는데 미루다가 최근에 바둑에 관심이 생겨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도입부에 조훈현 9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은 바둑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만화가 아니라 바둑을 알아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이구나 짐작을 했다. 한글로 적힌 글을 읽는데도 50% 정도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넘어가야 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바둑의 기초' 같은 류의 책이라도 읽어야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둑은 검은 돌, 흰 돌이 하는 게임이라는 것 밖에 모르는 내게는 어려운 만화가 될 것 같은 첫 인상을 받았다. 기가 죽은 채 페이지를 넘겼다.
주인공의 이름이 장그래.
장보리가 생각나는 이름이잖아.
어릴 때 삼촌이 하던 바둑을 옆에서 보면서 바둑에 입문을 해 바둑 신동 소리를 들으며 바둑의 길을 걸었지만 결국 입단에 실패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을 그제서야 돌아보며 사회로 나온다. 바둑 밖에 모르던 사람이 회사에 입사를 했다. 이 이야기는 회사원의 이야기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즈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는 게 의외로 당연한 걸 마다해서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 같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어려워도 꼭 해야 하는 것. 쉬워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이 말이 계속 맴돈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고, 어려워도 꼭 해야 하는 것을 피했고, 쉬워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해버린 기억들이 마구 떠올라 이 총체적 난국의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나는 어디에서 착수를 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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