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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29, 금지된 것들의 시작

by 또NEW 2014. 6. 18.

 

 

29

내 인생을 둘로 나눈다면 고민없이 스물 아홉 이전과 이후로 나누겠다. 스물 아홉살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그게 내 인생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세상을 떠나는 어느 날 알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로 인해 많이 성장했고, 많이 불행하니까 그냥 퉁치면 될 것 같다.

 

스물 아홉이 되기 전까지의 나는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결석 한 번 한 적 없었고, 금지된 것들에 호기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차가 없는 한산한 집 앞 도로에서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지 않으면 건너지 않았다.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 그것도 3학년 이후였던 것 같은데... 아침 수업을 몇 번 빼먹은 적은 있다. CSI를 보느라고, 혹은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서 같은 이유로. 그러나 미드가 끝나고, 영화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갔다.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일탈의 횟수는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아마도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일것이다. 혼자 살았지만 거의 밤 열시 이전에는 집에 도착했고, 어쩌다 데이트랍시고 12시를 넘길 때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죄책감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모두 마치고, 취업을 한 후에도 똑같았다. 출근 시간은 정해진 시간보다 무조건 한 시간 먼저 와야 한다고 하면 그랬고, 갑자기 그러지 말라며 15분 전에 오라고 하면 그렇게 했다. 아파도 출근했고, 못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시고 온 몸에 두드러기로 밤새 고생을 하고도 새벽엔 웃는 얼굴로 출근을 했다. 정해진 규칙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지킬 것들을 지키면서 일했고, 매뉴얼 대로 일하다가 어느 국회의원한테 '너 누구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짤라버릴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들었는데도 당시엔 눈치없이 멈추지도 않았다며.

 

어쨌든 스물 아홉이 될 때까지 그렇게 살았던 거 같다. 착하게.

 

스물 아홉이 되던 해, 무슨 엄청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철학적 해탈로 인한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였는지, 무엇부터였는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일생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지 모를 일들이 내게 콤보로 발생했고, 그 모든 것을 겪는 동안 금지된 것들을 죄책감을 느낄새도 없이 일삼았다. 희안하게도 2011년, 딱 그 한 해 동안이었고, 그 해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양심이 쨘하고 나타나 어지럽던 내 생활을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밀물처럼 뒤늦게 밀려온 죄책감과 함께 그 날부터 내 속에는 대범함과 소심함이 정말 '미친년 널뛰듯이'란 표현이 딱 맞게 번갈아 튀어올랐다.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와 '이해'가 맞물린 결정을 해야할 일이 생겨서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스물 아홉 어느 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지된 것들을 해 볼 용기가 필요해서... 죄책감을 날려버리고 싶어서.

이제 고민은 끝났다. 결정하고 나니까 이 일이 잘 되고 나면, 얼마나 통쾌할까 싶어서 꼭 해버리고 싶어졌다. 소심함 폭발 극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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