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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Wish List,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map

by 또NEW 2014. 6. 19.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와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 문학 소녀임을 자청하던 나는 뭔가 대놓고 가르치려고 하고, 어떤 것을 하도록 조종하려고 하는 이런 책들을 좋아해선 안되는 거였다. 적어도 책이란 것은 문학적인 은유와 비유를 통해 만들어진 마음속의 영상에 의해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엔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다. 아무리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서 유혹을 해도, 난 관심이 없는 척하는 데에 소질이 있었다.

 

나의 유치한 고집으로 이렇게 잘 쌓아놓은 나만의 성이 한 번씩 폭싹 주저앉을 때가 있다. 나는 부실공사의 여신이었다. 내게 취향이라는 것은 모래성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성이 무너질 때마다 자기계발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결국엔 비슷한 이야기들임에도, 그냥 보기에만 좋은 이야기, 잠깐의 의욕과 도취감과 성취감을 대출받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알록달록한 이야기들에 홀렸다. 그리고 책을 읽었으면 결과물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20대에 할 일 Wish List를 만들었다. 100여개 정도였는데, 해낸 것들도 있고, 이런 걸 왜 하고 싶었나 싶은 것도 있고, car sex 같은 어처구니 없는 항목도 있다. 20대의 Wish List 대부분은 하지 못하고 30대가 되었다.

 

『버킷리스트』라는 게 또 한 번 유행을 했다. 요즘도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사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글쎄. 내가 몇 개월 못살게 될 거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그 때엔 정말 내 모든 걸 걸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길 것 같다. 그럴 때 버킷리스트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살고 있을 것이며, 그 모양새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서 갖고 있는다면 살면서 풍파에 덜 흔들리고 '나'로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이걸 해보고 싶고, 이런 게 내 삶에는 더 중요한 일이고, 이런 걸 할 때가 즐겁고, 이런 걸 해보면 더 행복해질 것 같은 그런 거. 남들이 하는 거, 남들이 좋아하는 거 말고 이젠 내게 좋은 것. 그럴싸해 보이는 그런 거 말고, 남들이 웃을 지 모르지만 내겐 진정성이 있는 것. 얼마전부터 그런 것들로 Wish List를 채워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아마도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역시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진리이니까.

 

지키지도 못할 List를 갖고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압박감을 주는 일일 수도 있고, 쓸모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여행지에 가서 하고 싶은 것들, 도전해 볼 것들, 먹어 볼 것들을 찾아내듯이 내 일상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 그게 내가 Wish List를 만들고 있는 이유다.

 

어느 날, '이건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지, 내 Wish List 98번이지' 하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어이 없는 상황이 와도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기는 법이다. Car sex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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