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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한 젊음의 날들

8_오래된 미래

by 또NEW 2014. 9. 28.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개정증보판)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출판사
녹색평론사 | 2003-12-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지역 라다크. 저자는 빈약한 자원과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지금껏 이 책의 제목을 여러번 들은 적이 있었고, 몇 번이고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들쳐보긴 했지만 이제야 제대로 읽게 되었다. 한비야의 책 속에 제목이 언급된 것을 본 이후로 조만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터였다. 내 삶의 속도가 사회의 속도와 맞지 않다고 느낀 이후부터 성공에 대한 자기계발서보다 <월든>류의 책들에 더 관심이 생긴다. 미래의 대안을 제시 받을 수 있을까?

 

재생지 같은 종이로 만들어진 이 책은 무척 가볍고, 그 책 속에 실린 꾸밈없는 환한 미소가 가득한 흑백 사진들은 향수를 자극한다.

「Ancient Future: Learning from Ladakh」

원제가 궁금했다. 왜 오래된 미래일까? 이건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오래된'이라는 단어와 '미래'라는 상충되는 조합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게 된다. 그리고 원제를 또 다시 궁금해 한다. 이 책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서.

문득 떠오른건데, 이효리 블로그의 카테고리 중에도 '오래된 미래'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게 될 사회일 것이고, 근원적인 그리움이나 동경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다크는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이다. 저자는 언어학자로서 이 지역의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1975년 라다크와 인연을 맺었고,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삶 속에서 라다크의 문화를 경험한다. 높은 고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땅을 개간하고, 가축을 기르며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하는 사람들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 돕고, 전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부족함을 못 느끼고 삶의 기쁨을 당연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음이 여유롭고, 불교를 정신적인 종교로 여기지만 지나치게 엄숙하게 숭상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행하고, 함께 돕고 즐긴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진보적인 면도 있는데, '일처다부제',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등의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공존하고, 인정한다. 독신으로 살고자 하면 승려가 되며, 사생아를 가진 여자들도 비난받지 않는 사회이다. 오히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가장 심하게 모욕 당하는 곳이란다. 아이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속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며 그 속에서 삶의 질서를 배우고, 노인들은 지혜의 산실로서 존경받는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은 없으며, 사람들은 관대하다. 이상적인 꿈의 공동체처럼 보인다.

 

이런 평화롭던 공동체에 서구의 문명이 불어닥친다. 영화와 TV가 들어와 지구 반대편의 허황된 소비문화를 선전하고, 서구의 여행객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의 코 앞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미개하고 가난한 문명으로 취급하며 개발 논리를 갖다대며 공동체를 파괴시킨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급자족의 생활은 값싼 지구 반대편의 물건들로 인해 파괴된다. '돈'이 가치를 갖지 못하던 곳에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생활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돈을 벌어야 했기에 도시 빈민이 되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문명이 부끄럽게 여겼고, 급속하게 핵가족화가 이루어져 노인은 소외되고, 아이들은 돌봐줄 사람이 없고, 부모는 아이들을 제 손으로 키울 수 없게 되었다.

우리네 모습과 다를 게 없는 급격한 변화의 모습을 안타깝고 허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도 개발이라는 변화가 불어닥치기 전에는, 라다크의 '파스푼'이라는 협동 공동체 같은 '두레'라는 좋은 문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고, 아이들은 사랑받고, 노인들은 공경받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산업화를 이룬 나라'라는 것이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이유는 브레이크 없이 무분별하게 서구의 논리와 방식을 따라하는 수준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우리가 잃은 것이 너무 많았고, 그 폐해가 이제 고스란히 수면위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라다크는 브레이크를 걸어 줄 누군가가 있었기에 우리보다 행복한 결말을 맞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현재 라다크에서는 자체적인 노력과 이 책의 저자가 조직한 단체와 기타 자발적인 단체들의 노력으로 인해 우리와 같은 파국을 맞지는 않았고,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고산지대라는 지리적인 영향이 산업적으로 개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는 다르게 보존의 길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꾸 우리나라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나라가 싫다고 떠나버릴 게 아니라,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이민 계획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버린 책. 날 자꾸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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