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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참회의 기도, 츰부다라니 나는 모태 불교신자이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잔혀 모른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열심히 절에 다니셔서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불교의 관습들을 몸에 익힌 것 같다. 할아버지 큰스님께 내 이름을 받았고, 주말이면 자주 깊은 산 속에 있던 절에 가서 뛰어 놀았다. 할아버지 스님이 살아계실 때 우리 집 꼬마들을 참 예뻐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힘들 때마다 절에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혼자서 기도를 하기 위해 절을 찾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법 자체를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어릴 때부터 다니던 절은 꽤 깊은 산속에 있어서 아빠가 돌아가시고 49제를 그 절에서 끝낸 이후로는 다시 찾은 적이 없었다. 새로 바뀐 주지스님도 낯설었고, 아빠가 없는 절이 더 이상 '우리'절이 .. 2014. 6. 24.
이상형에 관한 별☆ 생각 누군가를 소개 받을 때 으레 받는 질문이 "이상형은?" 이런 거 아닐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했다. 난 이런 이런 사람이 이상형이야, 라고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이런 조건은 꼭 갖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 남자를 만나다 보면, 키가 좀 큰 남자를 만나고 싶어지다가, 가난한 남자를 만나면, 이왕이면 담번엔 좀 돈이 많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졌다가, 말이 잘 안통하는 남자를 만나다 보면, 스마트한 남자가 만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 이것저것 저울질하다보면 웃기게도 이젠 얼굴도 잘 생각이 안나는 젤 처음 만났던 남자가 가장 나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저자 임혜지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9-09-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 2014. 6. 23.
Wish List,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map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와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 문학 소녀임을 자청하던 나는 뭔가 대놓고 가르치려고 하고, 어떤 것을 하도록 조종하려고 하는 이런 책들을 좋아해선 안되는 거였다. 적어도 책이란 것은 문학적인 은유와 비유를 통해 만들어진 마음속의 영상에 의해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엔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다. 아무리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서 유혹을 해도, 난 관심이 없는 척하는 데에 소질이 있었다. 나의 유치한 고집으로 이렇게 잘 쌓아놓은 나만의 성이 한 번씩 폭싹 주저앉을 때가 있다. 나는 부실공사의 여신이었다. 내게 취향이라는 것은 모래성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성이 무너질 때마다 자기계발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결국엔 .. 2014. 6. 19.
29, 금지된 것들의 시작 29 내 인생을 둘로 나눈다면 고민없이 스물 아홉 이전과 이후로 나누겠다. 스물 아홉살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그게 내 인생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세상을 떠나는 어느 날 알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로 인해 많이 성장했고, 많이 불행하니까 그냥 퉁치면 될 것 같다. 스물 아홉이 되기 전까지의 나는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결석 한 번 한 적 없었고, 금지된 것들에 호기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차가 없는 한산한 집 앞 도로에서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지 않으면 건너지 않았다.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 그것도 3학년 이후였던 것 같은데... 아침 수업을 몇 번 빼먹은 적은 있다. CSI를 보느라고, 혹은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서 같은 이유로. 그러나 미드가 끝.. 2014. 6. 18.
스쿼트 30일 챌린지 아직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나는 스스로 운동형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수영도 해봤고, 요가도 해봤고, 헬스장도 다녀보았지만 그 어느것 하나 이거다 싶은 운동은 없었다. 물론 운동을 다니는 동안은 수영도 재밌었고, 요가도 재밌었다. 헬스는 재미 없었다. 멋진 트레이너가 있어 매일 다녀보긴 하였으나 헬스는 정말 아니다 싶기만 했다. 당시 내가 반했던 트레이너에게 며칠간 코어 운동을 배웠었는데, 스쿼트도 이 때 처음 배웠다. 상체와 하체의 운동을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하도록 했다. 거울을 보며 15회씩 3세트를 하며 후덜덜했던 기억이 새록. 요즘에야 대부분의 여자들이 동안이라 사실 외모로 나이를 판단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서른이 되던 해에 도토리 뚜껑같은 숏컷트 바가지 헤어를 장착하는 파격을.. 2014. 6. 17.
여행이 떠나고 싶은 날들 나는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인사보다 '너 요새는 어디니'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나는 현재 실업 수당도 없이 몇 개월의 백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연고도 없는 울산 어느 골짜기에서 잠적해 살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안거'의 시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상상해 보지만, 사실은 팔랑거리는 가벼운 커리어 히스토리를 가지고 몇 번의 취업 실패를 겪으면서 자존감 상실로 인해 가라앉아버렸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지극히 수동적인... 지갑이 가벼워지면 마음이 무거워 진다고 했던 괴테의 말처럼, 호기로웠던 사직서의 끝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그냥 백수였다. 여자 나이 서른 둘에 시집도 안가고 지 몸하나 못 가누고 엄마한.. 2014. 6. 15.